본문 바로가기

사진

경남 창녕 우포늪 출사기_2011.11.12

토요일 새벽 1시 반에 선생님께서 모닝콜을 해주셨습니다만 '조금만 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2시 5분 재호출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일어나 옷을 걸쳤습니다. 다행히 장비는 금요일 저녁에 다 챙겨뒀기에 눈꼽을 주렁주렁 달고 바로 나갈 수 있었지요.

오늘의 출사지는 경남 창녕에 위치한 우포늪. 좋은 사진들을 워낙 많이 본지라 대단히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청주에서는 제법 먼 거리이기에 평소 출사 때보다 일찍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두시 반 충북체육회관 출발 예정이었지만, 조금 늦은 2시 50분 가량 25인승 버스로 우포로 향했습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이른 5시 조금 넘어 우포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인데다 정확한 지명을 기사분께 알려드리지 못해, 처음 도착한 곳은 우포늪 생태관이었습니다.

원 목적지는 일출 포인트로 제일 많이들 꼽는 목포제방이었습니다. 차를 다시 돌려 목포제방에 도착한 시간은 여섯 시가 가까운 시간. 그렇습니다. 우포는 넓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70여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교모의 자연늪이더군요.

좋은 사진보다는 망사가 훠~~~얼씬 많았던 우포늪 첫 출사기는 요래 시작합니데이~




1. 일출 포인트(목포제방 옆 산등성이 & 늪가)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주변이 대단히 어두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던 포인트는 목포제방이 왼쪽에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올라가기에 앞서 물길을 장노출로 한 번 담았습니다.

 


그리고 여섯 시 조금 넘어  산등성이로 올라갔습니다. 길이 아닌지라 대단히 미끄러웠습니다. 올라가서 찍으실 분들은 많이 조심하셔야겠더군요. 삼각대를 거치하고, 해뜨기를 기다리며 한 컷 담아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부푼 기대감에 가슴은 두근두근했었지요.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늪가 가운데 쯤으로 많은 분들이 가시더군요. 이 때부터 고민이 살짝 되기 시작합니다. 풍경 찍을 때는 사람. 특히 카메라를 든 사람이 프레임 안에 들어오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거든요. 내려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선생님께서 한 번 내려가서 찍어보라고 하십니다. 말 잘 듣는 학생으로서 후다닥 달려가서 다시 기다림에 돌입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구름이 걷히질 않더군요. ㅠ0ㅠ 용암사 운해도 한 번에 안 보여주더니, 결국 우포도 제 뒷통수를 때렸습니다.

 



그나마 눈 깜짝할 시간동안 프레임 안에 파란 하늘이 일부분 열려 담아본 사진입니다.

 


결국 일출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선택한 다음 피사체는 새들! 1:1 바디에 200mm 망원으로는 도통 어려운 숙제였지만, 이거라도 담지 않으면 일찍 내려온 보람이 없다는 일념 하나로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은 망사 한 장.

 


다들 일찍 일어나신지라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목포제방 옆 일출포인트를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나오던 길에 같은 동호회 회원분인 시나브로님께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계시길래 슬쩍 도촬했습니다. 미남이시군요. ^^





2. 목포제방
 창녕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보람찬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견을 수렴한 선생님께서 다시 우포 공략을 명하셨습니다. 이에 따신 밥에 원기를 회복한 회원님들과 같이 아침에 죽쒔던 목포제방으로 다시 출발~ 근데 사실 좀 난감하긴 하더군요. 하늘 색도 마음에 조금 안들었고, 사실 제대로 된 일출을 놓쳐 아픔이 마이 컸던지라, 의욕이 급다운되어 있었거든요. 우울한 손가락으로 철푸덕~





그래도 물에 반사된 햇살이 있어 주변 풍경과 함께 담아볼만 하더군요.






날아가는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 발견! 조류 촬영 좋아하시는 분들은 우포늪 자주 오시겠다 싶더군요.

 




그러다 꽥꽥꽥꽥 소리지르던 오리떼 들의 일제비상도 봤습니다.






3. 우포 지킴이 아저씨
 하지만 역시 뭔가 흥이 나질 않더군요. 일출을 놓친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었나 봅니다. 바로 이 순간 혜성처럼 나타나신 구세주가 계셨으니! 이름하야 '우포 지킴이 아저씨'였습니다. 많은 사진 작가님들의 우포 사진에 늘 등장하시는 그 분입니다. 청주에서 왔다는 얘길 듣고는, 멀리서 온 양반들을 실망시킬 수 없으시다며 모자와 우의를 챙겨입고 출동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





물길로 힘차게 장대를 휘저으며 나아가는 지킴이님.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청주에서 온 사진사들을 위해 수면을 장대로 계속 쳐주시더군요.






그리고는 호수 한가운데로 느긋하게 나룻배를 몰고 가십니다.






이후 작렬하는 물 뿌리기 퍼포먼스! 그렇습니다. 수많은 작가님들이 담아온 그 장면입니다. 장망원으로 좀 더 당겼으면, 또는 일출과 같이 담아보았으면 하는 아쉬움들은 있었지만, 지킴이님의 멀리서 온 손님들에 대한 배려와 우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입니다.









이젠 들어오시겠구나 생각하던 참에 지킴이님께서 "여기 한 번 보이소"하면서 크게 외치십니다. 그리고는 배가 크게 요동치도록 발을 굴러주시더군요. 나룻배를 중심으로 햇살과 물결이 같이 부서지며 어우러지던 장면. 정말 멋있더군요. 렌즈를 교환할 시간이 없어 구도가 조금 아쉬웠지만, 초보는 울지 않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구도로 찍겠다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큰 도움 주시고 유유히 떠나가시는 지킴이님. 오늘 정말 고맙습니데이~


참. 목포제방 옆에 오뎅 파시는 아주머님들이 계셨습니다. 이 날 처음 개시하셨다고 하던데 좋은데서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습니다. 부산오뎅 1개에 500원. 막걸리 한 통에 3천원이었구요. ^^




4. 목포제방 - 소목마을
 이후 차량은 소목마을 주차장으로 따로 보내고, 선생님 이하 회원님들과 함께 숲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제법 셔터를 많이 눌렀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같이 간 회원님이신 여울님 사진만 한 장 올려봅니다. 대략 1.6km의 산길이며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어볼만 했습니다.




5. 왕버들로 
 소목마을에서 시나브로님과 초짜님께서 오뎅파시는 아주머님 댁에서 사오신 단감을 시식하고(정말 달았습니다!), 왕버들로로 떠났습니다. 길 이름도 왕버들로였지만, 버드나무는 찍지도 않고 새만 몇 컷 담아왔습니다. 아마 아침과 새참을 먹으며 연달아 마신 막걸리에 살짝 취기가 돌았던 것 같습니다. 이 때부터는 셔터 누르기보다는 구경하기에 바빳던 것 같네요.





왕버들로에서 나오는 길에 담아본 우리 선생님! 오래오래 사셔유~ 




 
그리고 단체 기념촬영. 다음부터는 릴리즈로 연사촬영 해야겠다 싶더군요. 세 분이나 눈을 감으신... ;ㅂ;







6. 사지포
 우포의 마지막 코스로 사지포에 들렀습니다. 왜 사지포는 안찍고 하늘을 찍었냐고 물으신다면, 이미 이 때 제 카메라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고밖에 말씀을 못드릴 듯... 결코 막걸리 탓이 아닐겁니... 콜록콜록.






다정한 연인들이 사지포 제방을 걸어가시길래 한 컷 담아봤습니다. 





7. 번외편 - 청도 프로방스
 창녕에서 바로 청주로 돌아가기가 아쉽다는 중론에 들러보게 된 경북 청도에 있는 프로방스라는 와인바입니다. 기차와 철로, 그리고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모델 출사하기에 상당히 괜찮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연인들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그리고 가족들끼리 오신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시더군요.






그리고는 프로방스 위에 있던 하늘정원이라는 식당에서 새싹비빔밥(한그릇 구천 원)과 파전에 소주~~~를 맛나게 쓱삭하고 청주로 돌아왔습니다. 긴, 아주 긴 하루였습니다. 비록 일출 사진은 하늘이 돕질 않아 실패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들은 항상 절 미소짓게 만든답니다.





p.s. 오늘 글을 길게 쓴 것은, 결코 망한 사진들을 가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랍니닷... /먼산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의 어느 토요일_2011.11.19  (0) 2011.11.22
백령도 여행_2011.11.17~18  (0) 2011.11.22
모델출사_장계관광단지_2011.11.06  (0) 2011.11.09
덕유산 향적봉에서 만난 빛내림_2011.10.28  (0) 2011.11.01
백제보_2011.10.22  (0) 2011.10.22